트립비토즈(Tripbtoz), 카멜레온 같은 키워드 피보팅
스타트업 동네에는 "투자자가 듣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팔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제품의 본질은 그대로지만, 그것을 포장하는 '언어'는 시장의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는 뜻이죠. 어쩌면 제품의 본질을 뛰어 넘는 단어를 꺼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국내 여행 스타트업 트립비토즈(Tripbtoz)는 이제 중견기업 반열에 올랐습니다. 2017년 창업 후 아직도 영업을 이어오고 있죠. 트립비토즈는 여행업계의 불황과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파도를 넘으며 생존해왔습니다. 그 생존의 기록에는 꽤 재미난 키워드들이 존재했습니다.

이제는 정부행사에서도 연사로 초대받을 정도로 대표기업이 된 트립비토즈
트립비토즈가 걸어온 '유행어의 역사'는 단순한 우연일까요, 아니면 치밀한 생존 전략일까요?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 멀리서 보면 비극같은 이 키워드들을 연도별로 찾아봤습니다.
2017~2019: "비디오 커머스(Video Commerce)"의 시대
창업 초기, 트립비토즈가 싸워야 했던 대상은 아고다, 익스피디아 같은 공룡 OTA였습니다. 가격이나 인벤토리로는 승산이 없던 그들이 선택한 무기는 '동영상'이었습니다. 당시 유튜브와 틱톡이 부상하던 시기, 트립비토즈는 자신들을 '여행업계의 틱톡'으로 정의했습니다.
- Buzzword: UGC, Short-form, Video Commerce
- IR 논리: "기존 OTA의 사진 리뷰는 믿을 수 없다(Fake). 영상만이 진실된 경험(Real)을 보여준다."
- 성과: 이 논리는 초기 투자자(KB국민카드 등)에게 유효했고, 기존 텍스트 기반 플랫폼과 차별화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20~2021: "메타버스(Metaverse)"의 시대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자 트립비토즈는 즉각 태세를 전환합니다. 당시 전 세계 투자 시장을 휩쓴 '메타버스' 테마에 탑승한 것입니다. 시각특수효과(VFX) 전문 기업인 자이언트스텝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며 이 키워드는 정점을 찍습니다.
- Buzzword: Metaverse, VR, AR, Gamification
- IR 논리: "우리는 단순한 예약 앱이 아니다. 가상의 호텔을 짓고 유저들이 소통하는 여행 메타버스다."
- 성과: 자이언트스텝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으며 '30억 원 투자 유치'에 성공, 앱 내에 '호텔 키우기' 게임 기능을 탑재하며 '여행 없는 여행 앱'으로 포지셔닝했습니다.

2022~2023: "Web 3.0 & T2E"의 시대
팬데믹이 끝나갈 무렵, 블록체인과 P2E(Play to Earn) 게임 열풍이 불었습니다. 트립비토즈는 즉시 '트립캐시' 시스템을 T2E(Travel to Earn) 개념으로 재포장했습니다.
- Buzzword: T2E(travel to earn) Web3.0, Creator Economy, Reward
- IR 논리: "사용자가 올린 영상이 예약으로 이어지면 수익을 공유한다. 이것은 탈중앙화된 Web 3.0 여행 생태계다."
- 성과: 단순한 '포인트 적립'을 '수익 창출(Earn)'이라는 도발적인 용어로 바꾸면서, 앱테크족과 MZ세대의 유입을 이끌어냈고 후속 투자의 명분을 만들었습니다.
- 사례: 돈 벌면서 여행한다…'T2E' 뜬다, 여행영상 올리고 숙소 할인받는 방법

하지만 이런 사례들이 나와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기이기도 했죠.
2024~현재: "AI & 글로벌 K-콘텐츠"의 시대
이제 시장의 눈은 '생성형 AI'와 '글로벌'로 쏠려 있습니다. 트립비토즈 역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지우고, 그 자리에 AI와 글로벌 슈퍼앱이라는 비전을 채워 넣었습니다.
- Buzzword: AI, Curaition, Hyper-personalization, Global Super App, Inbound
- IR 논리: "우리의 영상 데이터는 AI 학습의 원천이다. 전 세계인이 K-컬처를 즐기러 오는 글로벌 플랫폼이 되겠다."
- 사례: GPT가 영업하고, AI가 호텔 운영…여행 플랫폼 '트립비토즈'

'생존'을 위한 치열한 변신, 그 다음은?
트립비토즈가 보여준 행보는 비판적으로 보면 "유행어만 쫓아다닌 보여주기식 투자 유치용 사업"이라고 폄하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그들이 말한 '완벽한 메타버스'나 'Web 3.0 생태계'가 기술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는 그들만이 알고 있겠죠.
동영상을 보기 위해서 틱톡이나 유튜브 대신 트립비토즈를 방문한다는 사람을 제가 알지 못해서 일 수도 있습니다. 메타버스로 여행을 다닌다는 사람을 제가 만나지 못해서 일 수도 있죠.
하지만 스타트업 비즈니스 관점에서 생존을 이야기 한다면 그래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 시장 적응력(Adaptability): 투자 시장이 얼어붙는 시기마다 투자자들이 가장 매력을 느낄 '키워드'를 정확히 포착해 냈습니다.
- 명분 만들기: 단순히 "우리 앱 좋아요"가 아니라, "우리는 메타버스 기업이다", "우리는 AI 기업이다"라고 정의하며 기업 가치(Valuation)를 방어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트립비토즈는 '비즈니스의 활성화'만큼이나 '내러티브(Narrative)의 현행화'가 스타트업 생존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사례입니다.
이제 트립비토즈의 과제는 화려한 버즈워드(Buzzword)를 통한 투자와 생존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AI와 글로벌이라는 최근의 승부수는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까요? 그냥 유행어 사용일까요?
Disclaimer: 본 포스팅은 공개된 보도자료와 시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분석이며, 특정 기업의 투자를 권유하거나 비하할 목적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