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필리핀 여행 누가 가나요? 필리핀 여행 쇠퇴기 진입?!
부제: 팬데믹 이후, “필리핀” 아시아 관광 '후발주자(laggards)'로…. 한국인의 선택지에서 멀어지나? 필리핀이 목적지로서 매력을 점점 상실해가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필리핀 여행 시장의 현재
필리핀 관광 시장에서 한국인 여행객의 위상이 여전히 높지만, 쇠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필리핀 방문이 본격화된 것은 2000년대 초반으로, 2014년에는 동남아 지역중 한국인 방문객 1위까지 올랐습니다. 2015년에는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134만 명에 달했으며, 같은 해 태국 방문객 수 136만 명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당시 한국인 방문객 수가 113만 명으로, 당시 필리핀에 비해 다소 적었습니다. 그러나 2016년을 기점으로 상황이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이 한국인이 가장 많이 방문하는 동남아 국가로 부상하면서, 필리핀은 서서히 그 위상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필리핀 관광부는 2024년 한국인 방문객 목표를 180만 명으로 설정했는데, 이는 2019년 연간 방문객 수 198만 9322명의 약 90.5% 수준입니다. 2024년 4월 24일 기준, 필리핀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57만 2855명으로, 전체 외국인 관광객의 27~28%를 차지하며 여전히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2019년 같은 기간(1월부터 4월까지) 방문객 수인 약 62만 명에 비해서는 약 7% 감소한 상황입니다.
반면, 베트남 관광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4월까지 베트남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은 160만 816명으로, 2023년 같은 기간 107만 295명보다 49.6%(53만명) 증가했습니다. 이는 역대 최고 수치로, 팬데믹 이전인 2019년의 144만 5879명을 크게 상회하는 수준입니다.
필리핀 관광 시장 역사
한국인의 필리핀 관광시장은 1989년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뚜렷한 성장 단계를 보여왔습니다. 필리핀 통계청 및 한국관광공사의 공식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입기
도입기(1991-1998)는 한국인의 필리핀 관광이 시작된 시기입니다. 1991년 4만명에서 시작하여 1997년 17만명까지 성장했습니다. 이는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동남아 관광이 시작되면서 새롭고 저렴한 여행지로 필리핀이 소개되던 시기였습니다. 그러나 외환위기로 인해 1998년에는 8만명으로 급감하게 됩니다.
성장기
성장기(1999-2011)는 필리핀 관광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시기입니다. 1999년 13만명에서 2011년 92만명으로 연평균 17%의 성장을 이루었습니다. 이 시기에 필리핀 국적사인 필리핀항공이 인천-세부 노선을 최초 취항했고(2000년), 세부퍼시픽항공도 한국에 취항(2002년)하기 시작하면서 항공좌석 공급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2010년에는 진에어가 인천-클락 취항을 시작하면서 국내 저비용 항공사도 필리핀 노선 공급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함께 저렴한 가격의 패키지 여행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한국인의 필리핀 여행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성숙기
성숙기(2012-2019)는 연간 100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필리핀을 방문하던 시기입니다. 2012년 103만명에서 시작하여 2019년 199만명까지 연평균 10%의 성장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베트남, 태국 등 경쟁국들이 부상하면서 필리핀의 상대적 매력도가 감소하기 시작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의 회복 추이를 보면, 필리핀이 쇠퇴기에 진입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인 방문객이 145만명을 기록했고, 2024년에는 180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으나 이는 2019년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반면 베트남은 2023년 360만명의 한국인이 방문하여 필리핀의 2.5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또한 과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1-2년 내에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를 단순한 경기 순환이 아닌 구조적인 변화로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합니다.
필리핀 관광 쇠퇴
필리핀 관광의 쇠퇴 징후는 여러분 주변 지인들이 필리핀을 이야기 하는 횟수가 감소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보도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World Economic Forum의 Travel & Tourism Development Index 2024년 순위를 보면 베트남은 119개중중 59위, 그리고 필리핀은 69위에 올랐습니다. 베트남의 주요한 강점은 가격경쟁력(16위), 안전과 보안(23위)등이 뽑혔습니다.
또한 Bank of America가 2024년 4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관광 회복이 "불균등(uneven)"하다고 지적하며, 필리핀이 관광회복의 ‘후발주자(Laggards)’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여행업계지 티티엘뉴스에서 발표한 여행지평판지수(Travel Destination Reputation Index)에서도 베트남은 2위, 필리핀은 8위를 기록했습니다.
원인 분석
이러한 필리핀 여행 시장 쇠퇴의 주요 원인으로는 크게 네 가지 정도를 생각해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첫째,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었습니다.
동일한 일정의 패키지 여행 상품을 비교해보면, 베트남이 필리핀보다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현지 물가도 베트남이 필리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체감상 베트남이 20% 이상 저렴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둘째, 개별자유여행(FIT) 목적지로서의 경쟁력이 부족합니다.
태국이나 베트남에 비해 대중교통, 숙박시설, 관광 인프라가 미흡하고, 현지 교통이나 안전 문제로 인해 FIT 여행이 어려운 실정입니다. 대표적인 관광지인 보라카이의 경우 공항에서 2시간 이상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접근성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검색 AI 서비스인 Perplexity에게 “한국인 선호 동남아시아 FIT 여행지 순위”를 작성해 보라고 시켜보았습니다. 물론 정확하지 않을 수 있지만, 태국과 베트남 여행지는 다수 포함되고 선호되는 것이 비해 필리핀은 세부와 보홀만이 포함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관광지 개발이 부족합니다.
베트남이 하노이, 호치민 외에도 다낭, 호이안, 나트랑, 푸꾸옥, 달랏등 새로운 관광지가 지속적으로 소개 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보홀이 있지만, 규모나 관광 인프라 면에서 장기적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넷째, 관광 상품의 다양성이 부족합니다.
태국이 문화체험, 쿠킹클래스, 마사지, 섬 투어 등 다양한 관광 상품을 제공하는 것과 달리, 필리핀은 여전히 해변 휴양과 단순 관광 위주의 상품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필리핀 여행 시장에서 한국인 관광객의 비중은 여전히 높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쇠퇴기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가격경쟁력 약화, 자유여행 인프라 부족, 제한적인 관광지, 단조로운 관광상품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입니다. 지난 30여년간 한국인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필리핀 관광산업이 이러한 구조적 도전과제들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주목됩니다.
NOTE
- 진에어, 인천-클락 정기편 26일 첫 운항 개시, 2010년10월27일, 서울투데이
- Travel & Tourism Development Index 2024, World Economic Forum
- DOT: 1 in every 4 foreign tourists in PH from South Korea, APR2024, Inquirer
- 빅데이터 기반 '여행지평판지수' 미국⦁베트남 단연 1위, 2020, 티티엘뉴스
- Philippines is 23.8% more expensive than Vietnam, My Life Elsewhere
- “한국인 선호 동남아시아 FIT 여행지 순위 by Perplexity” 지표 설명
- 비용지수: 항공권, 숙박비, 현지 물가를 포함한 전반적인 여행 경비 수준 (지수가 높을수록 저렴하다는 의미)
- 접근성: 직항 노선 수와 운항 빈도, 공항-도심 간 이동 편의성
- 안전도: 치안, 의료, 위생 상태 및 자연재해 위험도
- 관광콘텐츠: 관광지, 쇼핑, 음식, 문화체험 등 관광 요소의 다양성과 매력도
- 숙박인프라: 4-5성급 호텔부터 부티크 호텔까지 숙박시설의 다양성과 수준
- 한국인지원: 한국어 서비스, 한식당, 현지 한국 여행사 등 한국인 편의시설